코스피가 다시 6900선에 근접하면서 증권가에서는 연말까지 8500, 나아가 9000까지 이야기가 나옵니다. 동시에 다른 쪽에서는 "반도체 두 종목이 너무 많이 지수를 떠받치고 있다"는 경고도 함께 나오고 있습니다. 같은 시장을 두고 왜 이렇게 다른 이야기가 동시에 나오는지, 목표가는 어떤 근거로 만들어졌는지, 그리고 쏠림이라는 게 실제로 얼마나 심한 수준인지를 순서대로 짚어보겠습니다.
국내외 증권사들의 코스피 목표치는 제각각이지만 방향은 비슷합니다. 하나증권은 하반기 코스피가 최고 8470선까지 오를 수 있다고 봤고, 외국계 증권사 중에서는 맥쿼리와 씨티가 8500선을 제시했습니다. NH투자증권은 더 공격적으로 9000선까지 열어뒀습니다. 이런 목표치들이 공통적으로 깔고 있는 전제는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미국이 기준금리를 추가로 내릴 것이라는 기대이고, 다른 하나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로 대표되는 메모리 반도체 기업들의 호황 사이클이 예상보다 오래갈 것이라는 전망입니다. 실제로 두 기업이 코스피 전체 상장사의 향후 12개월 예상 순이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70퍼센트를 넘는다는 분석도 있어서, 반도체 업황 전망이 곧 코스피 목표치를 좌우하는 구조라고 볼 수 있습니다.
숫자로 보면 쏠림의 정도가 꽤 뚜렷합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두 종목의 코스피 시가총액 합산 비중은 지난 6월 한때 40퍼센트를 넘어섰습니다. 과거 수년간 이 비중이 평균 25퍼센트 안팎을 유지했던 것과 비교하면 눈에 띄게 늘어난 수치입니다. 더 넓게 보면, SK스퀘어나 삼성전자우, 삼성생명, 삼성물산처럼 두 그룹과 연결된 종목까지 포함할 경우 코스피 시가총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60퍼센트를 넘는다는 분석까지 나옵니다. 지수 하나가 사실상 몇 개 대기업 그룹의 주가 흐름에 좌우되고 있다는 뜻이어서, "코스피가 오른다"는 말이 예전만큼 시장 전체가 골고루 오르고 있다는 의미는 아니게 된 셈입니다.
비중이 큰 것 자체가 문제라기보다, 두 기업이 같은 업종 안에서 비슷한 사업 구조를 가지고 있다는 점이 핵심입니다. 인공지능 관련 설비투자가 확대되는 국면에서는 두 종목이 함께 오르지만, 반대로 메모리 반도체 업황 전망이 나빠지는 시점에는 두 종목이 동시에 급락할 위험도 그만큼 커집니다. 실제로 지난 5월부터 7월 사이 글로벌 인공지능 설비투자 전망이 수시로 바뀌면서 코스피의 변동성이 전년도 평균의 약 4배 수준까지 치솟았고, 평균 3거래일마다 지수가 5퍼센트 이상 오르내리는 구간이 나타났습니다. 지수 전체가 두 종목의 업황 뉴스 하나에 크게 흔들리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는 뜻입니다.
많은 개인 투자자들이 개별 종목 대신 코스피200을 추종하는 ETF를 분산 투자 수단으로 선택합니다. 그런데 코스피200 ETF는 구조상 시가총액이 큰 종목일수록 편입 비중이 커지기 때문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두 종목만으로 전체 편입 비중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반도체 업종에 특화된 ETF나 채권과 주식을 섞은 혼합형 상품도 사정은 비슷해서, 두 종목을 핵심 구성 종목으로 삼는 경우가 흔합니다. 결국 "지수 전체에 분산 투자한다"는 생각으로 코스피200 ETF를 사더라도, 실제로는 두 종목의 주가 흐름에 크게 연동된 포트폴리오를 갖게 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알아둘 필요가 있습니다.
목표가를 제시한 증권사들이 근거 없이 숫자만 던진 것은 아닙니다. 메모리 반도체는 몇 년 주기로 수요와 공급이 크게 출렁이는 업종인데, 최근에는 인공지능 서버에 들어가는 고성능 메모리 수요가 예상보다 오래, 예상보다 강하게 이어지고 있다는 실적 데이터가 뒷받침되고 있습니다. 여기에 미국 기준금리가 추가로 내려간다면 위험자산으로 자금이 이동하는 흐름이 더해질 수 있다는 것이 낙관적 전망의 논리입니다. 다만 이 논리 역시 결국 반도체 업황과 금리라는 두 가지 변수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는 점에서, 쏠림 문제와 완전히 분리해서 볼 수는 없습니다. 목표가가 맞고 틀리고를 떠나서, 그 목표가에 도달하는 과정 자체가 두 종목의 업황 뉴스마다 크게 출렁이는 길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지금 시점에서 확인할 수 있는 사실입니다.
특정 종목이나 업종에 대한 매수, 매도를 권하려는 글이 아닙니다. 다만 지수 자체가 예전보다 두 종목에 훨씬 크게 의존하고 있다는 구조적 변화는 알고 투자하는 것과 모르고 투자하는 것에는 차이가 있습니다. 자신이 가진 코스피200 ETF나 반도체 관련 펀드가 실제로 어떤 종목을 얼마나 담고 있는지 상품 설명서나 운용사 홈페이지에서 한 번 확인해보는 것이 첫걸음입니다. 그 위에 국내 반도체 외 다른 업종이나 해외 자산으로 일부 자금을 나눠 담아 분산 정도를 조정할지는 각자의 투자 성향과 기간에 따라 다른 문제입니다. 목표가 뉴스가 나올 때마다 일희일비하기보다, 자신의 포트폴리오가 두 종목의 주가 흐름과 얼마나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는지를 주기적으로 점검하는 습관이 실질적으로 더 도움이 됩니다.
첫째, 국내외 증권사들이 제시하는 코스피 8500에서 9000까지의 목표치는 메모리 반도체 호황과 금리 인하 기대라는 두 가지 근거에 기반합니다. 둘째, 그 상승을 이끄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두 종목의 코스피 내 비중이 한때 40퍼센트를 넘었고, 계열사까지 포함하면 60퍼센트를 웃돌 만큼 쏠림이 커진 상태입니다. 셋째, 지수 ETF에 투자해도 이 쏠림을 피하기는 어려우므로, 목표가 숫자보다 자신의 포트폴리오가 두 종목에 얼마나 연동돼 있는지를 확인하는 것이 개인 투자자에게 더 실질적인 대응입니다.